퇴근하고서 밤부터 새벽까지 조금씩 달리며 생각한 것들... 을 되짚어보면서 다시 천천히 정리.
의식의 흐름+혼란스러움...
게임 안의 세계는 멋있었고, 캐릭터 커스텀 요소가 로스트아크나 엘든링 할 때만큼 이것저것 있어서, 아이온~아이온 2도 마비노가 시리즈처럼(마영전 잠깐 하고, 모비노기는 G1 클리어하고 아주 약간 더 하다가 사양 이슈로 접었지만) 커스터마이즈를 즐기는 유저층이 클까 싶어졌다. 캐시샵 보니까 캐릭터 꾸밈으로 과금을 유도하는 경향이 보여서 상당히 많아서, 생각해 보니 엘소드나 메이플스토리 같은 게임도 캐시샵이 대단했지 싶어지기도 했고... 이런 걸 좋아한다면 나름 몰입해서 즐길 사람이 많겠다 싶었다.
반면 주변에서는 욕하는 소릴 상당히 들었는데, 플레이 도중 와닿는 경험을 중시하는 특히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게임이 나를 잘 설득해내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몰입이 안 된다고 해야 하나. 45레벨까지 커가는 내내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퀘스트를 진행하는 내내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튕겨져 나왔다.
시스템상으로는 이 기능이 해금되어야 하고, 이 기술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기 위한 것이고, MMORPG이니 슬슬 파티던전 콘텐츠에 입장할 수 있어야 하니까 유도하는구나 싶긴 했지만(그리고 유저 대부분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것 같다 싶기도 하지만), 그게 '플레이어블 캐릭터(나)'의 입장에서는 별로 납득가지 않았다. 뭔가 자꾸 겉도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할지... 게임의 즐거움에 '세계관을 포함한 그 타이틀의 규칙을 따르고 익혀나가는' 경험에 따른 즐거움도 포괄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즐거운 경험을 반 이상 빼앗긴 느낌도 받았다. 파티 던전 뛰는 게 주목적인 입장에서야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을 것 같지만.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몰입이 안 되었는지를 생각해 봤는데, 대사, 아이템 설명을 포함한 텍스트 내러티브 전반의 접근성이 별로라고 느꼈던 게 큰 듯.
(이건 IU의 문제인 것 같긴 하지만) 책이나 쪽지 등의 내용을 열람하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는 형식이 아니라 스크롤을 해야 한다는 점도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주요 유저층 대부분이 안 읽고 넘긴다지만 이런 쪽에서 조금 더 세심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장대한 세계가 멋지게 구현되어 있는데, 제대로 와닿지 않는 면이 큰 것 같아 아쉬웠다.
아이온 2로만 시작한 입장이라 그런가? 성우분들의 열연을 듣는 것조차 상당히 괴로웠다. NPC들은 감정적/상황적으로 매우 고조되어 있는데, 그 모든 게 잘 와닿지 않아서인 것 같다... 게임은 아무리 경험이 중요하다지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즐길거리들이 해금되는 판에 초회차의 즐거움이 있어야 할 듯한데, 꽤 자주 별로 길지 않은 컷신 같은 게 길다고 느꼈다. 컷신이 너무 많은 것도 원인 중 하나인 듯. 너무 많이 나와서 오히려 인지하질 못했는데, 어디 이동할 때 문 여는 모션도 인게임 모션이 아니라 컷신이더라...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시네마 양도 과했던 것 같고. '이걸 왜 이렇게(주로 컷신이었지만) 보여주지?' 하는 감각도 꽤 있었던 것 같다. 컷신을 넣을 땐 타성에 젖어 있으면 안 되겠구나 싶기도 했고. 바이오하자드 re시리즈가 이걸 잘했던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무난한 수준인데 좀 최악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 게임이랑 비교하니까 엄청 괜찮아 보이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도 같이 온다ㅠㅠ 최소한 플레이>컷신>이어서 플레이할 때 튕긴 달지 어색하다는 기분은 안(혹은 덜) 들었는데...
성우 연기 이야기로 돌아와서, 특히 우루구구 던전에 입장하기 위해 거치는, 슈고, 아울라우, 레다 대신관이 얽힌 퀘스트는 다 듣기'까지' 하고 있는 게 상당히 고역이었다. 하다못해 성우 연기 듣는 걸 포기하고 텍스트만 읽었는데, 이 정도면 보통은 그냥 스킵 누를 것 같다. 사실 '크라오 동굴에 가야 하는 이유'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안 들어가면 진행이 안 되니 냅다 내던져진 것도 큰데... ('파티' 던전을 경험한다는 의미로는 정말 뜻깊었다! 스펙이 될 것 같기에 솔로 클리어를 시도해 보았는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로기 게이지를 깎아야 하는 패턴 탓에 자꾸 즉사판정이 났다. 결국 새벽시간에 어떻게든 다른 유저들과 매칭되어 해결했다... 이걸 최소인원을 1인으로 둔 건 좀 너무했다 싶기도 했다 ㅋㅋ)
물론 MMORPG 유저 대부분은 좋든 나쁘든 별생각 없이 다 스킵하고 최종보스가 나한테 왜 이렇게 열받았는지 영문을 모르는 채 보스 레이드를 뛴다곤 하지만... 그렇겠지만... 일단 스토리를 각 잡고(굳이 안 잡더라도) 봐볼까, 하는 입장에선 어지간히 볼 마음이 들 정도는 구축이 되어 있는 게 좋지 않나. '스토리 때문에' 잘 못 하는 장르에 발을 들이는 신규 유저층이라는 것도 있기 마련일 것이고, 소수라도 그런 사람들을 잘 붙잡을 수 있다면 저변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너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봉인 던전은, 확실히 이거 스펙업용이구나 싶었고, 던전 클리어를 더 용이하게 하려고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몇 군데인가 와 이 구성 대단한데, 싶었던 곳은 있었지만(책을 찾는 던전이나 편지를 읽어야 하는 던전 등) 돌이켜보면 도대체 뭐가 봉인되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 편지나 책이나 강도단 따위의 몹들이... 봉인되어 있다고 하기엔 좀, 그냥 원래 있는데 내가 플레이어블로서 쳐들어간 것에 가깝지 않나? 보스 전투를 하기 전에 비석이나 봉인용이구나 싶은 크리스털 같은 걸 깨고 진행하도록 한다든지, 내레이션으로 암시를 준다든지, 던전 입장할 때 연출이 어떤 봉인을 뚫고 들어가는 것처럼만 되어 있었어도, 어쩐지 상관없어지고 난 뒤에 '그런데 왜 봉인 던전이지?' 하는 위화감이 들 일은 적거나 없지 않았을까 싶다.
위에서 결국 파티 던전에 관해 약간 떠들었지만, 이쪽도 전체적으로 '설득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느꼈다. 심지어 나는 적당적당한 수준의 설득력에도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납득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도... 무의식 영역에서 자꾸만 몰입이 안 된다고 느꼈던 건 던전 이름과 몹의 연관성이 희박하거나(나중에 생각해 보고 깨달았지만 - 성역인데 신 말고 용이 등장한다든지) '이런 몬스터가 적으로 등장한다면 당연히 이런 패턴을 사용하겠지?'에서 기가 막히게 비껴나간 보스 기믹... 따위가 원인인 것 같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내가 '마법사의 전당'에 입장했는데 갑주 입은 기사가 워해머 들고 나와서 은신술+뒤치기 콤보로 싸우면, 그럴 수야 있긴 하겠지만, 여러모로 납득이 안 되겠지.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톤에 일관성이 없다'라고 생각했고 그게 의아했는데, 결국 이런 문제였던 듯. 새삼 젤다의 전설(야숨)에서 경험했던 사당들이 설계가 잘 되어 있었구나, 싶었다. 사당에 입장할 때 안내받는 사당 이름 자체가 파훼법의 힌트가 되고, 이어서 나오는 추가 설명 텍스트가 이 '퍼즐'을 더 손쉽게 맞출 수 있도록 한 손 보태주니까.
